'미니멀 라이프'라는 기회

어쩔 수 없는 일, 어쩔 수 있는 일

2017.03.29 18:14 - 살게 하는 힘 위로표현자




어쩔 수 없는 일, 어쩔 수 있는 일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에 대한 댓가로 나는 힘들게 일궈낸 시간들을 내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보냈다는 사실이 후회스러워 앞으로는 그렇게 보내지 않겠다 다짐을 하고 다짐을 했다. 나는 몇 번의 삐걱거림을 거치면서 조금씩 자유에 의미들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내가 시간을 만들어서 하고자 했던 일인 나를 마주하는 일을 위해 말이다. 할 일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려고 애썼다. 책을 읽고 얻은 깨달음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짧게 일기를 썼다. 그렇게 나를 기록하고 기록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전문대자퇴생이라는 딱지, 이렇다 할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 좋지 못한 경제적 형편, 그랬기에 종일 아르바이트로 보내야 했던 삶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다. 누군가 '할 수 있어.', '용기를 내.', '잘 될 거야.'라는 말을 할 때면 그 마음이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의미만큼은 와닿지 않았다. 당장의 앞날이 어두컴컴한데 도대체 뭐가 할 수 있고, 뭐가 잘 된다는 건지. 나의 체감에서는 안 되는 일, 어쩔 수 없는 일이 더 신빙성 있어 보였다. 아니, 그게 그냥 현실 같았다.



그러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를 향한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다. 물건의 필요성에 대해서, 물건의 의미에 대해서, 물건과 나의 연관성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질문을 헤쳐나간 끝에 나는 '가방 하나'만큼 짐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내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당분간이긴 했지만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되었고, 그만큼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믿고 있었다. 나의 현재 좋지 않은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것들 때문이라고. 많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똑똑하지 않으니까, 재능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매번 중얼거렸다. 그리고 실제 내 상황들이 정말 그런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나'와 '가방' 하나만 남은 현재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걷어냈는데 좋지 않은 상황은 여전했다. 처음엔 의아했다. '어째서지?'라고 잠시 물었다. 허나 이내 알아차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을 모두 걷어내고 보니 보이는 건 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너무나도 무력한 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 뒤에 숨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 그 초라한 내가 너무나도 여실히 눈에 띄었다. 그때서야 생각했다. '어쩌면 어쩔 수 있는 일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나는 어쩔 수 있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미니멀 라이프 과정 끝에 맞이한 결론은 그것이었다. 분명 외부의 어쩔 수 없는 요인이 있지만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요소에 속했다. 그것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나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았다.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고 그 변화를 위해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어쩔 수 있는 일에 걸어보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어쩔 수 있는 일에 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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